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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아동 보호와 이익의 최상을 추구하려면

2021.08.25

홀트아동복지회 회장 이수연

 

36년간 일 해온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사했던 1985년, 아동복지는 입양과 시설(일명 고아원), 두 가지가 전부이다시피 했다. 아이들이 입양을 통해 부모를 찾고 사랑받으며 살 수 있는 그 일이 참 보람됐다.

 

 

그동안 국가의 복지는 빠르게 발달했고 그에 비례해 홀트아동복지회는 더는 좋은 일 하는 기관이 아닌, 심지어 아기를 해외로 팔아먹는 기관 등 그 평가가 가혹해졌다. 건강, 가족력, 혈액형, 성별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국내에서 부모를 만나지 못한 아이들에게 다른 대안은 거의 없었다. 어쨌든 수많은 아이를 해외로 보낸 기관으로서 우리는 무한한 책임이 있으며 비판과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입양기관만의 비도덕으로 치부하고 욕하면 끝나는 일인가?

 

타 영역에 비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아동복지는 상대적으로 늦게 발전했다. 그래도 국가책임이 강화되며 천천히 공적 영역의 틀 안에서 체계가 갖춰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학대아동의 조사권을 경찰이 수행하는 것, 장애인 복지를 국가가 제공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유독 요보호아동 입양만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민간기관이 책임지는 체계가 오랫동안 유지됐다. 아기를 키울 수 없어 입양을 선택한 미혼부모는 입양기관에 직접 연락을 하고 기관은 입양가정을 찾는다.

 

다행히도 최근 정부 정책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7월 1일자로 미혼부모가정의 요보호아동 입소 절차를 입양기관이 아닌 전국 시·군·구가 담당하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의 아동복지전담요원이 상담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아동의 보호 형태를 결정한다. 입양으로 결정되면 그때야 아동이 입양기관으로 보호 의뢰된다.

 

 

이제 된 걸까? 아직 이다. 입양 대상 아동이 일정 기간 안에도 국내 가정을 만나지 못하면 입양기관에서 기약 없이 3년 이상 장기간 보호를 받아야 하는 현실은 그대로다. 이곳은 아동보호시설이 아니며 정부에서 위탁 운영하는 가정위탁제도와도 전혀 상관없고 단지 입양기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임시 위탁가정일 뿐이다. 임시 양육 체계에서 수년을 보낸 후에나 떠나게 되는 아이들은 적응에 애를 먹고 부모·자녀 간 애착 형성에도 문제가 생기곤 한다. 자아 개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우리 기관에는 평균 2, 3년씩 입양가정을 찾지 못해 보호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는 아동들이 140여명에 이른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입양이 어렵거나 입양 대기기간이 길어지는 아동에 대해 일정 시점 국가가 다시 아동심의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국내 가정을 만나지 못한 아동이 있다면 위탁보호, 거주시설, 원가족 복귀 등 아동별 상황과 특성에 맞는 개별화 계획과 보호 체계를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보호 의뢰뿐 아니라 입양 전 과정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우리 기관은 앞으로도 아동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동이 입양될 때까지 좋은 의료적·정서적·영양적인 보살핌을 받으면서 부모를 만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입양기관의 책무다. 국가는 더 큰 범위에서 입양 대상 아동의 보호뿐만 아니라 보호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특별기고] 아동 보호와 이익의 최상을 추구하려면 (헤럴드 경제, 202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