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소개
스토리
자립준비청년 에세이집 《나의 단어》두 번째 이야기
태양이의 단어, ‘자립준비청년’
2024.07.19
《나의 단어》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실시한
자립준비청년 자조모임 ‘위드유 커뮤니티’의 활동 결과물로 제작된 에세이집입니다.
5명(김남중·김윤경·박태양·안준·이다원)의 자립준비청년들은
세방이의순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된 위드유 커뮤니티를 통해 에세이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단어를 4가지씩 선정해 자기만의 소중한 추억과 행복한 경험, 꿈과 다짐이 담긴 글들을 작성했습니다.
그 글들 중 감동을 주는 에세이를 하나씩 뽑아
앞으로 5회에 걸쳐 <홈페이지 스토리>와 <홀트소식>에 싣습니다.
이 글을 통해 자립준비청년들이 만들어가는 희망찬 미래에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열일곱 살이 됐을 때, 나보다 다섯 살 어린 남동생과 쉼터에서 공동생활가정으로 입소했다.
입소 당시 이젠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슬펐지만 한편으론 동생을 챙겨줄 누군가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다 퇴소할 때가 되었다.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을 돌봐야 했기에 최대한 자립 시기를 늦추려고 했지만, 자립이라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이른 자립이었기에 집부터 열심히 알아봤다.
통장에 있던 돈, 자립 정착금, 아르바이트로 모아놨던 돈을 보태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아 집을 마련했다.
추운 겨울날 이사를 했는데 너무 추워서 보일러를 틀어도 방에 온기가 돌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던 기억이 난다.
경제적 어려움이 컸지만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불안정한 시기가 지나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내가 자립준비청년이라는 걸 인식했던 것이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굴곡 많은 내 삶이 달라질 수 있는 시작점이 지금이란 걸 깨달았다고나 할까.


1년 후, 자립을 앞둔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자립 캠프에 참석했다.
구성원은 또래 친구, 형, 누나, 동생 등 다양했다.
시설 입소 이후 내 또래와의 만남이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곧 끈끈한 친밀감이 생겼다.
그러다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제껏 내가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낳아줬다고 해서 무조건 부모의 자격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와 비슷한 아픔과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고.

사회복지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다.
차츰 성적이 올랐고, 마침내 원하는 대학교의 원하는 과로 진학했다.
이때부터 자립준비청년 당사자 활동도 시작했고 꿈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도 바꾸었다.
사회복지 조직에서 일하기 보다 나와 비슷한 당사자들을 돕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렇게 자립준비청년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한울’이라는 광주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한울은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이 서로의 언덕이 되어줄 수 있는 ‘한 울타리’를 의미한다.


그 무렵, ‘월간 식구’도 시작했다.
지역 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사회적 기업에서도 자립준비청년의 사회적 가족이 되어주었다.
월간 식구는 이분들과 한 식탁에서 한 달에 한 번 함께 식사하는 모임이다.
자립준비청년 대부분은 가족과 밥을 먹었던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 이유로 월간 식구는 더 의미가 크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나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에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감사하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 언제든 볼 수 있는 가족이 되어가는 중이며
이 글을 읽는 지역의 당사자라면 누구든 환영이다.

한울에서는 월간 식구와 함께 ‘드라마 쌀롱’을 기획하여
한 달에 한 번 자립에 필요한 교육이나 강의를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 기여형 자조모임을 꾸려
‘받는 사람에서 베풀고 나누는 사람’이 되자는 의미의 봉사와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월간 식구를 진행하면서 따뜻한 가족들과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많은 관심과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신 덕분에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도움을 받는 것이 어색해 부모의 역할을 해주신 분들께 받았던 도움을 꼭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상담사 선생님을 만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나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이 아닌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베풀고 나누는 선순환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다.
도움을 주면서 얻는 행복이 받는 행복보다 더 컸다.
이런 행복감은 처음 내가 꿈을 가지게 된 동기를 상기시켜주었고 꿈꾸는 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 “외나무가 되려거든 혼자 서라.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라는 말이 있다.
가진 돈을 모두 집 구하는 데 쓰느라 수중에 한 푼도 없이 시작해야 했던
자립의 과정 속에서 겪은 많은 어려움은 혼자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앞으로 다가올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살았다.
그러다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당사자들을 만나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들이 나와 함께해 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외나무로 자란 내가 어느새 푸르게 우거진 숲이 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나의 숲이 되어준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곁을 채워 숲이 되어준다면
곧 길이 되고 더 큰 숲이 될 거라 믿는다.
– 자립준비청년 박태양 –
함께 자립준비청년을 응원하고, 텀블러도 선물받으세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캠페인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